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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삐님

@‪casbucky5

< 센티널버스AU >

“흐음….”

 

다들 극비라며 숨기기 바쁘길래 엄청난 비리라도 있을 줄 알았지. 카타리나가 후회하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정말 위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시시해서 휴가권을 날린 것에 대한 후회 일 줄 알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부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심을 하고 열어 본 것은 이런 나의 다짐이 아까울 정도로 시시한 것이었다.

 

무려 첫 장부터 흥미가 뚝뚝 떨어지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하, 센티널들의 명단이라….”

 

가장 낮은 등급의 센티널부터 상급 센티널까지의 정보가 담겨 있는 파일이었다. 센티널들의 능력과 위험성이 발견되고부터 센티널로 발현된 이들은 반드시 센터에 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등록을 하게 된 센티널들은 등급에 맞게 훈련을 받거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군인으로서 최전방에 배치된다. 물론, 이 규율이 초반부터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센티널도 사람이다’라는 문구로 센티널을 무기가 아닌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여러 인권 단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여러 곳에서 터지는 센티널 관련 범죄와 센티널들의 특징인 폭주가 터지는 일이 빈번해지자 점점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센티널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하자 이 일을 심각하게 여긴 정부는 센티널 등록을 곧 법으로 지정하였다.

 

센티널들의 괴물 같은 능력과 전투력으로 전쟁에서의 승자가 갈리자 각 나라들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센티널들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센티널들의 폭주를 다스리고 감정을 조절해주는 가이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센티널과는 다르게 위험하지 않고 센티널을 조종(어감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렇게들 부른다.)할 수 있는 가이드는 그 수도 적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최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떠도는 우스갯소리로는 가이드로 발현만하면 평생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등급에 상관없이 발현만 해도 대우를 받기 때문에 등급이 높아질수록 자신이 지내고 싶은 나라를 골라서 갈수도 있었다.

 

아무튼, 센티널이 평범한 사람들처럼 취급받지는 못해도 인간인 만큼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준다 했었는데 역시 겉모습만 하는 척 했던 거였군. 파일 안에는 센티널이 처음 등록할 때 작성한 정보는 물론 현재 누구와 함께 살고 있고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 날마다 정보가 갱신되어 있었다. 분명 이 파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여론이 안 좋아지겠지. 조금 심심했던 차에 솔깃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그래봤자 잠깐 반짝할 뿐이다. 바닥을 찍고 있는 센티널들에 대한 평가가 이런 일로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시시하네. 딱히 지금 할 일은 없어 아까운 휴가권을 대신하는 파일을 몇 장 넘겨보았지만 익숙한 얼굴들만 있을 뿐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끝없는 지루함에 파일을 닫으려다가 실수로 마지막 파일을 열어버렸다.

 

“오, 이건 쫌 흥미가 생기네.”

 

명단에 있는 다른 센티널들과 다르게 빨간색으로 경고 문구가 써져있는 것을 보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정부에서 소유 중인 몇 안 되는 S급 센티널에 대한 내용이었다. S급 센티널은 뛰어난 능력과 비례해 폭주를 케어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어디서나 가이딩을 받을 수 있도록 센터에서 살아가도록 되어있다. 좋게 말해서 센터에서 사는 것이지 실상은 감옥 이나 다름없다. 까놓고 말하면 위험분자를 자신들이 사는 세상에 내놓기 싫다는 높으신 분들의 대책이다. 하지만 이 센티널에게는 맞는 대응 방식인 것 같다. 이 센티널에게 가이딩을 하러 간 가이드들이 다친 사례가 꽤 많았다. 아마 파장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다음에 보이는 글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너무 폭력적이니 아예 가이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공지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능력을 쓰고 난 후 가이딩을 받지 않는 것은 생고문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한창 전투중이라 단 한번 가이딩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친한 센티널의 말을 빌린다면 차라리 이대로 나가 총알받이가 되는 것이 덜 아플 것 같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팔다리라도 묶어두면 될 것을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보니 가이딩을 하려다 다친 가이드가 앙심을 품고 벌인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센티널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푸른 눈이 아닌 건 아쉽지만 얼굴은 꽤 내 취향인데.

 

“최근까지 해외 파병을 나갔고…어? 오늘이 센터에 돌아오는 날이네?”

 

편하게 팔을 괴고 파일을 보다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건, 좀, 재밌겠다. 마법을 부리듯 부드럽게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센티널 관리부에 연락을 했다.

 

- 카타리나? 나 매그너스인데……

 

 

 

***

 

 

 

아파.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는 말들이 정작 입으로는 그르릉거리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바로 암실 같은 창고 안에 갇혀 있다가 방금 원래 살던 방으로 이송되었다는 것이다. 창고 안에 있을 때부터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런 꼴이 되는 게 한두 번도 아니면서 매번 정신을 놓았다. 고통을 몸을 움직여서라도 해소해보겠다며 가구들을 부시며 폭주했다가 기절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것인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바람 빠진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센티널로 발현한 그 날.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센터로 끌려가 그 뒤로 한 번도 집에 가본 적이 없었다. 초반에는 나름 항의도 했지만 더 이상 반항하면 1년에 한번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없애버릴 것이라는 말에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름 좋은 점도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 가족은 내가 센티널로 활동을 잘 할수록 포상금을 받았다. 나 한명으로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고 싶었던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이사벨과 제이스에게 오는 편지를 읽으며 앞으로 살아야 되는 이유를 만들어내곤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저번에 폭주했을 때 조절하지 못하고 가이드를 때렸던 게 원인인 것 같았다.

 

‘제 주제도 모르는 게, 네가 누구를 건드렸는 줄은 아냐? 어? 무기가 쓸 만해야 쓰지 제 주인도 쏘는 무기를 누가 쓰겠어.’

 

아래로 내려 보며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손짓에도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내뱉었다. 가족들에게 예전처럼 돈이 갈 수 있다면 굴욕적이어도 상관없었다. 눈앞이 흐릿해졌다.

 

 

 

***

 

 

 

“네가 알렉산더니?”

“…너, 누구야.”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더니 금세 벌떡 일어나 경계하는 모습이 사나워보이기도 하고 또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힘들어 보이는데 계속 경계하게 둘 수는 없으니까. 부드럽게 눈을 휘었다.

 

“매그너스 베인. 네 담당의 새로운 가이드야.”

“…….”

 

가이드라고하자 안심이 되었는지 알렉산더는 힘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인데? 이미 사진으로도 접했지만 실물은 더욱 마음에 들었다. 푸른 눈이 아니여서 아쉽다는 말은 철회해야 할 것 같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이마에 살짝 달라붙은 것도 일부러 한 것처럼 느껴 질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간단하게 말해서 꽤 꼴릴 정도다. 흐응, 거기까지는 생각 안했었는데. 어떻게 분위기를 만들어볼까 고민하는 매그너스에게 알렉산더는 다짐한 듯 입을 열었다.

 

“가이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가이딩도 가이드마다 하루에 몇 번 할 수 있는지 정해져 있는 거 압니다. 저 같은 거 말고 다른 센티널들에게 가이딩해주세요.”

“흐음…, 싫어.”

“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보는 게 강아지와 비슷해서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겨우 참았다. 이렇게 내 취향이라니 너무 반칙인데.

 

“시시한 이야기 하지 말고 나랑 좀 더 재밌는 거 할래?”

매그너스는 싱긋 웃으며 잔뜩 굳어 있는 알렉산더의 몸을 쓸어내렸다.

Fin.

© 201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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