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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들님

@luv_malec

< 낭월전(朗月殿) >

알렉산더 기드온 라이트우드.

 

그 유명한 절대 무인가문 , 라이트우드가의 장남.

 

선왕의 호위무사로서 평생 왕의 곁을 지키시던 아버지가 전투에서 돌아가신 후, 라이트우드 가문의 명예나 영예를 책임 지는건 오로지 알렉의 몫이 되었다.

물론, 동생인 이자벨 또한 훌륭한 무인이었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나라의 무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명예이자, 라이트우드가의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인 ‘호위무사’에 간택 될 수 없었다.

 

이 나라에선 대게 왕자가 성년이 되거나 왕위에 올랐을 때 호위무사가 함께 등용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 왕자가 성인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호위무사를 등용한다고 한다. 영 내키지 않아서 사촌인 제이스가 이를 맡아주길 바랬지만 그는 이미 왕실 친위부대의 부사령관이었다. 이건 뭐, 난 옴짝달싹도 못하고 평생을 왕 옆을 지킬 팔자라는 말인가.

 

“왕자의 호위무사라.”

 

사실 알렉은 누가봐도 왕가의 호위무사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충성심은 나라나 왕가가 아닌, 가족을 향해있었다.

 

사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기울어진 가문의 명예를 다시 높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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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학자들 만큼이나 학문을 가까이 하며 품에는 늘 책을 끼고 살았기에, 그는 거의 궁궐의 유생들과 함께 있곤 했다. 또한 왕자라는 권력적인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매그너스는 늘 사람들에게 친절한 소년이기도 했다. 위선적이고 권력적인 모습은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고 늘 책과 학문을 가까이하니, 궁 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가 최고의 군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그를 예찬하곤 했다.

 

그 날도 다른 날 처럼 특별할 게 없었다. 유생들과 공부를 하고 향연루에 시나 한 편 쓰러 갈까, 하는 길이었다.

 

‘뭐지? 왕실 친위부대에 저렇게 잘생긴 사내가 있었나?’

 

머리부터 발 끝 까지 흑색의 대련복을 차려입은 그 사내는 누군가에게 궐에 대해 소개를 받는 듯 했다.

사내는 한참을 궁 내부를 관찰하듯 살피다가, 이내 제가 머물 곳 인 듯 메고있던 큰 짐을 내려놓았다.

 

“어...? 저긴 낭월전 옆 이잖아?”

 

품에 한 가득 책을 안아들고 정신없이 학문에 대해 이야기 하며 걷던 유생들이 일제히 자리에 멈춰섰다. 무리의 가장 앞에 서 있던 왕자가 발걸음을 멈춘게 그 이유였다.

 

낭월전은 매그너스가 머무는 곳으로, 그의 침소이기도 했다. 본래 낭월전 옆은 비워져 있었으나 가끔 호위무사나, 왕자의 생활을 돕는 궁녀들이 머무는 용도로 쓰이긴 했던 장소였다.

 

‘남자니까 새로 들어온 궁녀는 아닐테고... 호위무사?’

 

스치듯 기억이 되돌아왔다. 몇 일전, 아버지께서 성년이 되기 전에 호위무사를 붙혀 주겠다고 하셨다. 왕이 되고 나서 들여도 된다고 몇 번을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 아버지께서도 왕이기 전에 아버지이신 터. 주변국들이 꽤나 혼란스러운 만큼 장차 왕이 될 매그너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가문의 사내를 호위무사로 정하겠다고 약속 하셨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더군다나 난 저 사내가 누군지 소개도 받지 않았는데?’

 

아-.

 

어젯밤, 책을 읽는데 에 집중해서 제대로 듣지 않았던 루크의 말이 떠올랐다. 맞아, 라이트우드가의 장남이라고 했었나.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많진 않아 보이네.

 

- 근데 되게 잘 생겼네.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잘 생겼어.

 

솔직히 호위무사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면, 맞는 말 이었다. 그는 호위무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무에 능했고, 위험을 즐기며 궁궐 밖을 돌아다니기 보다는 궁 안에서 유생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내 뒤를 돌아 유생들에게 내일 보자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곤, 그대로 낭월전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는 길에 그 사내의 잘생긴 얼굴을 한 번 더 보려는 생각이었다.

 

-마침 저기 있네.

 

“왕자님, 어제 제가 말씀드렸던 호위무사 알렉산더 기드온 라이트우드입니다. 나이는 21살 , 앞으로 왕자님이 어딜가시던 늘 함께 다니며 목숨을 걸고 왕자님을 지켜드릴 사내입니다.”

 

 

낭월전으로 발길을 옮기자, 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던 그 사내와 마주쳤다. 루크는 매그너스에게 알렉을 소개했고, 매그너스는 그가 옆에서 말하는 걸 듣기라도 하는건지 마냥 사내의 잘난 얼굴을 훑을 뿐 이었다.

 

알렉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왕자의 눈을 피해 땅에 시선을 꽂았지만,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치듯 제 얼굴을 쳐다보는 매그너스 덕에 결국 둘의 눈이 맞닿고 말았다. 알렉은 황급히 시선을 땅에 처박았다. 첫 만남에 왕이나 왕자의 눈을 마주치는건, 죽음을 불러 올 수도 있는 굉장한 실례였다.

 

뭐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렇게 까지 놀란 이유는, 순간 눈이 마주친 매그너스의 눈이 꽤나 말갛고 어여뻐서 였다. 심장이 멈춘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걸까. 말도 안돼, 여자를 보고도 이런 적은 없었다고.

 

알렉은 뛰는 심장을 속으로 몇 번이나 쓸어내렸다.

 

“음, 그래서 이 사내가 내 호위무사라고?”

“네 그렇습니다 왕자님. 앞으로 낭월전 옆에서 생활하게 될텐데 혹시 불편하시면 다른곳으로...”

“괜찮아, 그럴필요 없어 루크.”

 

매그너스가 부드러운 손길로 루크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였다.

 

“알렉산더- 라고했나?”

“네 왕자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그래, 난 마저 책을 읽으러 가볼게.”

 

 

매그너스는 알렉이 자신에게 눈을 마주침으로써 실례를 범했다는 ‘생각’ 조차 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잘생기고 낯선 무인 사내의 눈동자 색깔이 오묘하게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잘 생긴건 뭐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지만 그 사내와 눈이 마주쳤을 때 꽤나 낯설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내 꽃에 있던 꿀벌에게 물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순간 짜릿했지만, 이상하게 달짝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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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사람의 오묘한 첫 만남이 지나가고, 궁궐에도 밤이 깊었다.

 

매그너스는 한참 전에 등잔불을 끄고 누웠건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낮에 처음 본 호위무사라는 라이트우드 사내의 두 눈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왠지 그 사내가 자신의 호위무사라는 것이 꽤나 기뻤다.

 

그는 몇 번을 뒤척이다 ,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치곤 밖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궁궐의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매그너스가 들고 있는 호박색의 호롱불만이 빛났고, 향연루에 비친 그 불의 형상 또한 잔잔하고, 어여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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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또한, 처음 봰 왕자님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로 잠에 들지 못한탓에 궁의 밤을 구경이라도 할까 싶었다. 왕자는 자신보다 한 뼘 정도가 작은 듯 했지만, 그에 비해 몸은 꽤나 다부져 보였고 반대로 눈망울은 토끼마냥 어여뻤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봐도 자신과 눈을 맞추려 고개를 숙이던 그 장난스럽고 말갛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이후부터 이상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 또한 주체할 수 없었다. 무슨 감정인지 정의 내릴 순 없었지만, 자꾸만 몸이 꼬이는 듯하게 간질거렸다.

 

알렉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빼고는 어떠한 ‘감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왕자와 눈이 마주치고 난 후로는, 계속 그 말간 눈망울만 떠오르고 붕뜨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 감정들은 뭘까. 호위무사가 된다는게 긴장이라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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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야!”

 

그 사내였다. 라이트우드. 등불도 들지 않고 걸어 다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엇, 죄송합니다 왕자님! 많이 놀라셨...”

“흐으... 아니야. 별로 놀라지 않았어, 그저 심장이 좀 멈출 것 같달까...”

 

매그너스는 단지 말장난이었을 뿐인데 어쩔 줄 몰라하며 연거푸 죄송하다며 의원을 부르겠다고 하는 알렉이 꽤 귀엽게 느껴졌다. 낮에 봤을땐 그저 잘생겼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리고 분명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고, 더군다나 라이트우드가 사람이라며? 그 사람들은 모두 무서운 사람들 아니었나. 이 사내는 꽤나 귀여운 면도 있는걸?

 

매그너스가 웃음을 띄며 알렉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의원같은거 부를 필요 없어. 장난이었어.”

“...죄송합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왕자님?”

“응. 그저 조금 놀란 것일 뿐이야.”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 시간에 호롱불 없이 돌아다녀서 왕자님을 놀래키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음. 그렇게 죄송하면 , 나랑 함께 낭월전에서 책 읽고 가지 않을래?”

“...왕자님 , 송구하지만 낭월전이라면 전 들어갈 수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왕자님의 침소를 감히 저 같은 무사가 어떻게. 매그너스는 알렉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루하다는 모션을 취하며 그의 팔목을 잡아 이끌곤 낭월전으로 향했다. 별 다른 뜻은 없었으나, 이미 잠 들긴 그른 터. 밤새 그와 책이나 읽고 이야기나 나누며 가까워지면 어떨까 하는 참이었다.

 

알렉은 낭월전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매그너스가 들어와, 명령이야. 라는 명령을 하자, 하는 수 없이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낭월전은 두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왕자의 침소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방이었다. 매그너스가 침소의 문을 열었다. 알렉은 당연히 그가 자신을 사랑방으로 들일거라 생각했다.

 

“들어와, 알렉산더.”

 

솔직히, 매그너스는 알렉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누가봐도 라이트우드가 같은 흑색의 대련복, 고집있어보이는 눈썹과 진한 인상.

어떻게 보면 무서워 보이기 까지 하는 외형이었지만, 매그너스는 알렉의 그런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 같고 ,그저 유하게만 생긴 것이 꽤나 콤플렉스 였기에 그와 정 반대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알렉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이다.

 

물론, 잘 생긴게 큰 이유긴 하지만.

 

더군다나 아까 화들짝 놀란 모습은 아주 볼 만 했다. 저 사내에게 토끼의 귀가 달려있다면 그 순간에 아마 쫑긋 , 솟았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꽤 귀여웠다.

 

“거기, 앉아.”

 

매그너스가 화려한 자수가 수놓아진 파란색 방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렉이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엉덩이를 붙였다.

 

“제가 낭월전에 들어와도 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왕자님.”

“넌 내 호위무사니까 그래도 돼.”

 

매그너스는 무심한 듯 미소를 지어보이곤, 꽃 향이 나는 차를 잔에 따르며 말했다.

 

“책은 ... 즐겨 읽는 편이야?”

 

그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무인인터, 혹여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칫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뭐 왕자가 그런 질문을 할 수도 있지 싶지만 매그너스는 누구에게나 사려깊은 사람이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즐겨 읽는 편입니다 왕자님. 돌아온 대답은 긍정적 이었다. 매그너스는 대답까지 생략 한 채 몇 가지의 책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3권의 책을 탁상에 올려놓았다.

 

“자, 뭘 읽을래?”

“전 이 책을 좋아합니다.”

 

알렉이 손 끝으로 한 개의 책을 가르켰다. 정말? 나도 이 책 엄청 좋아하는데, 일곱 번이나 읽었어! 매그너스는 신난다는듯 한껏 입꼬리를 올리며 나머지 책들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렇게 둘은 밤새 그 책을 읽고, 차와 다과를 마셨다.

 

그날 밤 낭월전의 등잔불은 아침 해가 뜰 때 까지 꺼지지 않았고, 매그너스는 궁의 생활이 얼마나 지루한지. 알렉은 그가 몇 살 때부터 무를 익혔으며 ,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무게감과 의미로 다가왔는지. 따위의 속얘기를 나누며 평생 누구보다 가까이서 함께 할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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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이후로 둘은 매우 가까워져 궁 밖에 나갈때도 단 둘이, 사냥을 나갈때도 단 둘이 나가곤 했다. 물론 단 둘이 꽃 놀이를 하러 간 건, 둘만의 비밀이었다. 매그너스는 이젠 유생들 보다 알렉과 있는게 더 즐거운 듯, 하루의 대부분을 그와 함께 보냈다. 알렉 또한 늘 흑색의 대련복 차림으로 묵묵하게 그의 뒤를 지키며, 그와 함께 했다.

 

오늘은 알렉과 매그너스가 첫 대련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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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은 지루한 듯 흑색의 두건을 매만졌다.

 

‘연유가 있으시겠지. 안에서 쓰러지시기라도 한건가?’

 

알렉이 슬슬 걱정을 시작할 때 쯤 , 매그너스가 짠- 하고 낭월전의 문을 열어 재꼈다. 30분이 넘게 걸린 이유가 아마 저것이겠지. 매그너스의 대련복은 그저 간단한 흑색인 알렉의 대련복과 반대로 밤하늘을 수놓은듯 반짝이고, 화려했다.

 

“왕자님, 대련복을 차려 입으시니 꼭 무사같으십니다.”

“당연하지. 각오 단단히 하라고, 알렉산더. 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아 맞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 무슨 대련복을 입을지 도저히 선택을 못 하겠더라고. 이거 괜찮지? 내 스타일이야.”

 

왕자님께서는 무엇을 걸치시던 아름다우십니다. 알렉은 눈이 휠 정도로 미소를 띄었다.

 

낭월전에서 대련장은 꽤 가까웠다. 그렇게 몇 마디의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 어느새 넓디 넓은 대련장에 도착해 있었다. 매그너스는 이내 들고 있던 칼집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으며 의기양양한듯 말했다.

 

“봐 줄 필요 없어, 알렉산더. 나도 네 생각보다 무에 꽤 능하거든.”

“왕자님께서도 절 봐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꽤 무에 능한 편이니까요.”

 

알렉은 매그너스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내려다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리 대련이라고 해도 그를 다치게 해선 절대 안 됐다. 그렇기에, 알렉은 한 손은 뒷짐을 지고 다른 한 손은 칼을 쥐었다.

 

꽤나 무거운 공기가 둘을 휘감았다. 둘은 서로에게 날카로운 칼을 겨누고, 이내 서로 칼을 부딪혔다. 매그너스는 그의 말처럼 정말 무에 능했고, 얇은 대련복 위로 드러나는 탄탄한 몸도 이를 증명하는 듯 했다. 오랜 시간 몸을 가꿔오지 않았다면, 가질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몸이었다.

 

“오, 알렉산더. 방심하면 안되지.”

 

그가 매그너스의 몸을 훑으며 순간 방심을 한 틈을 타, 매그너스가 그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이 칼이 진짜 였다면, 이 상황이 진짜였다면 아마 알렉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날 지키겠다고?”

 

매그너스는 알렉을 꽤나 무섭게 노려보며 도발했다.

 

알렉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러 매그너스의 칼을 쳐냈고, 그의 칼은 대련장 바닥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칼 끝에 몸의 중심을 싣고 있던 매그너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하자 알렉이 자신의 칼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두 팔로 매그너스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격한 대련 때문인지 밀착 되어있는 둘 사이엔 무척이나 뜨거운 숨이 오갔고, 얇디 얇은 대련복을 입은 탓에 서로의 탄탄한 몸이 여실히 느껴졌다.

 

어쩌다 보니 호위무사에게 안겨있게 된 매그너스는 기분이 나쁘다면 당장이라도 그 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가만히 알렉을 올려다 보았고, 그렇게 둘은 꽤 긴 시간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쿵 쿵 쿵-.

 

알렉의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빠르게 뛰고 있었고, 덕분에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이 더 섹시해보였다.

 

쪽-.

 

결국 매그너스가 알렉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헉, 내가 뭘 한거야.’

‘....!?’

 

매그너스도, 알렉도 당황한건 마찬가지였다. 매그너스는 재빠르게 알렉의 품에서 빠져나왔고, 그대로 대련장의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정신이 빠져있던 알렉도 곧 매그너스의 겉옷을 챙겨들고 급한 발걸음으로 따라나섰다.

 

바로 앞에 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매그너스가 보였지만, 민망하실 것을 생각해 따라 붙지 않았다. 그가 낭월전에 다다랐을때쯤 둘 사이의 거리는 꽤 가까워져 있었다.

 

알렉이 매그너스에게 겉옷을 건네고 밤 인사를 하려는 찰나였다. 매그너스가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알렉의 손목을 잡고 그를 안으로 잡아끌었다.

 

“미안해, 알렉산더. 사과할게. 아까 입 맞춘거...”

“아닙니다 왕자님, 전 괜찮습니다.”

“...입을 맞췄는데. 괜찮다니?”

 

알렉은 제 속내를 들키기라도 한 듯 얼굴을 붉혔다.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하지만, 아무말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당황스러움에 그저 매그너스를 빤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그.. 입 맞추신거, 괜찮습니다.”

 

젠장 알렉. 아까랑 똑같은 말이잖아. 그는 혀를 지그시 깨물며, 바보같은 자신을 탓했다.

 

“괜찮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싫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입술에 허락도 없이 입을 맞추는건 실례인데. 미안해.”

“제 말은, 저에게 사과하시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씁입니다 왕자님.”

“그래서 그런데, 입 맞춰도 돼?”

“...네?”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 싫지도 않았다며. 그래. 우리 처음 만난 날, 네가 호롱불 안 들고 향연루 앞에서 날 놀래켰던 날. 그 날 네 생각 하느라 잠에 들지 못해서 마실 나간거였어. 맞아, 우습지만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진걸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 날 이후로 널 그저 호위무사라고만 생각하고, 곁에 두고, 내 사람으로 만드려고 했어. 하지만 널 볼 때 마다 심장이 크게 뛰고, 너랑 단 둘이 밤에 책읽는게 제일 재밌고, 너랑 강으로 산으로 글이라도 쓰러가는 날엔 잠 조차도 오지 않아 알렉산더. 내 마음과 같지 않다면 거절해도 좋아. 입 맞추지 않을게. 그저 내 마음은 그렇다는 거야.”

 

“왕자님.”

“응?”

“입, 맞춰도 될까요?”

 

매그너스가 당황한 듯 알렉을 올려다보고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알렉은 들고 있던 매그너스의 겉옷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그의 얼굴을 감싸 입을 맞추며 몸을 밀착해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꽤나 긴 입맞춤이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매그너스는 진하게 입을 맞춰오는 알렉에 조금은 당황한 듯 했지만, 곧 그의 목에 손을 감고 입맞춤에 응했다.

 

한참을 그렇게 입을 맞추었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 입을 떼자 쪽, 하는 부끄러운 소리가 났다.

둘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가쁜 숨을 내뱉으며 서로의 눈만 바라 볼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왕자님 처음 봽게 된 그 날, 처음 눈 마주쳤을때. 그 때 이후로 머릿속에서 왕자님에 대한 생각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똑바로 생각 할 수도 없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처음 느끼는 붕 뜨는 감정에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날 밤, 호롱불을 들 생각도 못 하고 일단 밖으로 나간 것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네말은 , 내가 너한테 느끼는 그 감정을 너도 나한테 느끼고 있다는 거지?”

“그래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안 될 건 뭐야 알렉산더. 이미 입까지 맞춰놓고”

“...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또 뭐야. 사실 나도 그런 느낌 처음이었어. 사람의 눈을 처음 쳐다보는 것 도 아닌데, 네 눈과 내 눈이 마주 쳤을때 마치 꿀벌에 쏘인듯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네 눈동자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고.”

 

매그너스는 알렉을 자신의 침소 쪽으로 밀듯 ,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혼란스러웠지. 게다가 넌 사내인걸.”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매그너스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고, 그 덕에 알렉의 발이 침전 앞에 있는 협탁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매그너스는 휘청거리는 알렉의 허리와 등 사이를 받쳐내었다.

 

“이번엔 내가 널 안았네.”

“그럼, 제가 입 맞출 순서군요.”

 

알렉은 재빠르게 자세를 바꿔, 매그너스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매그너스의 뒷 목을 받친 채로 서서히 그를 침소에 눕혔다. 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치듯 올라탄 알렉이 땀으로 범벅이 된 매그너스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쓸었다.

 

“아... 왕자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가다니, 어딜? 여기서 자고가도 돼. 알렉산더”

“가야합니다.”

“가지마.”

 

매그너스가 일어나려는 알렉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이렇게 밤 새 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난 네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우리 둘이 ,밤새 함께 있고싶어.”

 

매그너스가 가지 말라는듯, 그의 양 얼굴을 감싼채로 입을 맞춰왔다. 그러자 알렉은 돌아가는걸 포기한듯, 다시금 매그너스의 머리를 쓸며 입맞춤에 응답했다.

 

안 그래도 너무 이쁜데, 땀에 젖기까지 하니까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젠 저와 입을 맞추며 제 아래에 있다. 이 사실은 알렉의 이성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알렉이 몸을 붙여오자 ,배에 닿는 딱딱한 무언가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이 상태인데도 가겠다고 한 거야? 그는 일부러 허리를 들어올리며 , 잔뜩 서 있는 알렉의 것을 배에 비볐다.

 

얇은 대련복 탓에, 서로의 것이 맞닿는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입을 맞추면 맞출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야해져만 갔다. 낭월전은 그들의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와, 가쁜 숨소리 만으로 가득했다.

 

정신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던 중, 먼저 입을 뗀 건 매그너스였다. 그는 알렉을 살짝 밀어내곤, 협탁에 있는 호롱불에 후- 하고 바람을 불었다. 순식간에 낭월전엔 어둠이 깔렸다.

 

매그너스는 갑자기 깔린 어둠에 당황하는 알렉을 다시금 자신의 쪽으로 당겨 입을 맞추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나머지 다른 감각들이 더 예민하게 깨어나는 듯 했다. 입술이 서로 엉키는 소리도, 색색 거리는 가쁜 숨소리도, 서로 마찰되는 대련복의 소리까지도 전부 미칠듯이 자극적이었다.

 

매그너스의 손이 급하게 알렉의 옷고름을 찾아 헤맸다. 알렉은 그런 그의 손에 깍지를 껴내며, 콧잔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이마에서부터 입술까지, 천천히 입을 맞춰왔다. 한 손은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은 저고리의 옷고름을 풀어내었다.

 

옷고름을 풀어내자, 대련복 위로 비쳤던 탄탄한 몸이 드러났다.

 

알렉은 매그너스의 목에 코를 박고, 쇄골에 입을 맞췄다. 그 다음은 가슴 얹저리에 연달아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매그너스가 얕게 신음을 뱉어냈다.

 

“흣...”

 

갑자기 튀어나온 신음에 자신도 놀란듯 ,매그너스가 토끼처럼 눈을 떴다. 알렉은 그 모습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매그너스도 자신의 위에 있는 알렉의 입술에 쪽-하고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한참을 쪽, 쪽 하고 장난스럽게 입을 맞추던 둘은 이내 다시 진하게 눈을 맞췄다. 알렉이 매그너스의 볼을 쓸었고, 매그너스는 그 손길에 보답하듯 그의 손에 볼을 비볐다.

 

알렉은 이내 풀어내었던 저고리를 아예 벗겨내곤, 매그너스의 입술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

 

“나의 왕자님.”

“내 이름 그거 아닌데...이름 불러줘, 알렉산더.”

 

알렉이 귀엽다는듯 매그너스의 콧잔등에 제 코를 비볐다.

 

“사랑해요, 매그너스.”

Fin.

© 2018.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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