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빵요뎡님
@vandalvava
< 靜夜 [ 정야 ] >
그가 다시 한번 내이름을 불러주길 오늘도 간절히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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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하나 새어나오지 않는 깊은 어둠이 잠식해버린 밤. 달빛이 비추어지는 은은한 대리석 바닥위로 타박타박거리는 발자국 소리만이 침묵을 깨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의 출처는 새하얀 의복을 입은 한 사람이 익숙해보이는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해 가는 소리였다. 이윽고 발소리가 멈추었고 도착한 곳은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커다란 문 앞. 눈을 감았다 뜨며 잠깐동안 얕은 심호흡을 내뱉은 사람은 문고리로 손을 뻗어 묵직한 문을 열었다.
무겁게 열리는 문을 통과한 방안에는 침대 위에 달빛을 받으며 누워있는 한사람이 보였다. 그는 눈을 감은채 잠들어 있었고, 그의 곁에 앉아 그를 지켜보는 또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문을 열고온 들어오는 기척소리에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그를 쳐다보았고, 온화한 미소로 반긴다.
"매그너스, 오늘도 왔네."
"..오늘도 그대로인가요?"
"응, 그러네. 매일 이렇게 방문해주는 네가 대단해."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많이 바쁠텐데 이렇게 매일 들려줘서 나야말로 너무 고마워요, 이사벨."
"아니야, 오라버니를 대신해 국정을 돌보는 매그너스야 말로 건강 챙겨야지."
"제 걱정은 마시고 이제 그만 들어가 주무세요."
"그럼 아침에 봐."
자리에서 일어나 매그너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인사를 마친 이사벨은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간다. 좀 전까지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 매그너스가 앉았고 얼마나 오랜시간 지키고 있었는지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매그너스는 침대 위에 누운채 눈을 감고 있는 하얀 얼굴의 사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평온한 표정으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의 얼굴에 손바닥을 살짝 대본다. 손이 닿는 감촉에도 미동도 없이 가는 호흡 소리만이 그와 나 사이를 채운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건가요.."
하루라도 빨리 눈을 떠서 다시 나를 봐주세요. 그리고 내이름을 불러주세요. 나의 주인, 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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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라이트우드. 나의 왕이 깊은 잠에 빠진 시간이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그는 국가의 더 많은 번영을 위해 영토전쟁을 하다 그에 앙심을 품은 한 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숨만 붙어있는채 잠이 들어버렸다. 그가 왕궁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극히 일부만이 알고있다.
국민들과 대소신료들에겐 원정을 떠난것으로 알렸고 그랬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대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정치적 상황은 달랐다. 대소신료들 사이에선 왕권안정이란 명목하에 새로운 왕을 뽑아야 하지 않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그들의 목소리 또한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왔다.
"언제까지 왕의 자리를 비워둘 셈이오?"
“대체 원정을 어디까지 간거란 말입니까?”
“아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거요? 살아있긴 한겁니까!?”
오늘도 국정회의속에서 들려오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들. 그 소리들 사이엔 자신들중 한명이 새로운 왕이 되고싶다는 추악한 욕심이 담겨있겠지. 듣기싫다.
"당신들의 왕을 믿지 못하는 겁니까! 그러고도 당신들이 충성을 맹세한 신하인가!!"
순간이지만 나의 위협적인 금색 눈빛에 겁을 먹은 그들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내앞에선 고개를 숙이고 있겠지만 뒤에서 어떤 모의를 꾸미고 있을 진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저 그가 한시라도 빨리 깨어나길 바라며 그를 믿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분노를 하루하루 억누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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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았어요, 알렉."
오늘밤도 어김없이 나는 그의 곁을 지키기 위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나의 고된 업무의 마지막이 되는 곳, 유일한 나의 안식처.
"라파엘이랑 루크는 아직도 마주치면 으르렁대서 잔소리를 했더니 토라져선 나랑 말도 하기 싫다고 했는데, 오늘도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서 당신 곁에 있었어요. 정말 믿음직스런 부하를 뒀네요. 사이먼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꽤 잘하던걸요. 당신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사벨도 많이 바쁠텐데 매일 들리고 있고, 이젠 당신보다 내걱정을 하고 있어요. 이러다 몸상한다고.."
이렇게나 당신이 눈뜨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데, 어째서..아직 깨어나지 않는건가요. 당신을 찾는 나의 심장이 이렇게 따끔거리는데.. 그의 손을 부여잡고 제발 눈을 떠주길 신에게 간절히 빌었는데..
"알렉, 당신없이 사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그런건 생각할수도 없어.. "
나는 그에게 다가가 눈을 감고 그의 입술위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이렇게 하면 깨어난다는 동화를 본적이 있는데 동화는 동화일뿐이였나..
손가락을 그의 입술위로 살며시 올려놓으니 가는 숨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손끝은 목을 타고 가슴으로 내려와 그와 피부색과 닮은 색 옷깃을 살짝 움켜쥔다. 그의 상체쪽으로 몸을 기울려 쇄골 위로 고개를 묻고 눈을 감는다.
"앞으로도 당신 곁에서..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것을 함께 지킬테니.."
돌아와요. 제발.. 당신을 원하고 있는 나에게로.
그때였다.
"무거워."
감겨있던 눈이 크게 떠지고 고개를 번뜩 들어보았다.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처음 만났던 날 보았던 그의 헤이즐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있다.
그다. 알렉산더 라이트 우드. 우리들의 왕. 그리고..나의 주인.
"약속한거다."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낸 알렉을 나는 소리없이 꽉 안았다. 그의 커다란 손으로 나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왕이 기나긴 저주에서 풀려나 우리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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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둘만 있을 때는 알렉산더로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였다. 지금도 둘만 있는데 어째서 애칭으로 불러주지 않느냐 라고 암묵적으로 말하듯이, 그는 내가 부르는 이름에 대답하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 그만의 방식으로 토라진 모습이...귀엽다.
"...알렉.“
발걸음이 멈추었다.
"이제 혼자서 걸을 수 있으니까 내려주세요."
나는 알렉산더가 더 편하지만 가끔 알렉라고 부를때면 나도 모르게 괜히 부끄러워진다. 고개를 들수없어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가 잠들어있던 동안에 그가 직접 해야만 했던 밀린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느라 밤잠을 설쳐가며 그의 일정을 도와주고 있었고, 일정이 모두 끝나는 마지막날이였던 오늘, 내가 많이 지쳤는지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내가 눈을 떴을땐 이미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나보다 그가 더 힘들었을 텐데 그의 옆에서 보필하는 자로서 면목이 없었다.
"내탓이야. 미안해."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인다. 어깨에 묻고 있던 고갤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흔하다면 흔한, 흔하지 않다면 흔하지 않을 그의 녹갈색 눈동자가 오로지 나만을 보고 있었다. 내가 다치지 않게 천천히 그가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앞에 선 나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잡고 있는 나의 손을 쳐다본 뒤 다시 글을 올려다보았다.
"손정도는 잡아도 되지?"
어린 아이처럼 웃으며 내민 그의 손길에 난 또 다시 그가 내민 손길이 이끄는 곳으로 나를 맡겨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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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 안쪽을 잡고 머리를 들이밀어 핥아대는 그의 혀 놀림에 몸이 녹을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는 느낌에 신음소릴 내뱉어내는 입을 미처 막지 못한 채 한쪽 손을 들어 올려 두 눈을 가려버린다.
"오랜만에 눈을 떠서 그런가,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나."
그의 말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뿐이었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 순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를 밀어낸 뒤 반대로 그를 눕혀 위에 올라탔다.
"그때 이야기는 좀..“
내 표정이 좋지않은 걸 눈치 챈 그가 한손으로 턱으로..그리고 아랫입술을 훑는다.
"매그너스, 뭐가 그리 심각해. 그때부터 넌 변한 것이 없어."
밑에서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압도되고 흥분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밤하늘 같은 너의 눈동자가 너무 좋아. "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나를 설레게 하는 말을 내뱉는 그의 입술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의 시선을 가로채는 눈동자에 이미 심취해버렸는지도. 그의 커다란 손이 내 얼굴을 감싸 쥐며 다가오며 속삭인다.
“새벽이 오고 누군가가 저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이 밤하늘은 나의 것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