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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인님

@jhtsgd
< MEMORISE >

알렉은 인스티튜트의 커다란 화면을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들어 데몬들이 뉴욕 곳곳에 나타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고 덕분에 뉴욕 인스티튜트의 수장인 알렉산더의 스트레스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었다. 미간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누르는 것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알렉의 버릇이라는 것을 이사벨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알렉. 잠깐 쉬었다오면 어때?"

"이지.. 지금 쉴 시간이 어디있ㅇ.."

 

알렉이 짜증이 난 목소리로 이지를 내려 보다 이지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한숨을 쉬며 미간을 쥐었던 손을 내려 허리에 올렸다. 이지.. 지금 상황이 좋지 않잖아. 이런 때에 내가 자리를 비우면.. 알렉이 이지를 설득해 보려했지만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안돼. 여긴 나한테 맡기고 바람 좀 쐬고 와."

 

이지가 기어코 알렉의 등을 떠밀어 인스티튜트에서 내보내며 덧붙였다. 늘 가던 데나 다녀오던지. 알렉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아도 곤란하다니까.. 기지 밖은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이 다가왔는지 꽤 쌀쌀했다. 알렉은 가볍게 걸치고 나온 점퍼를 다시 한 번 여미며 길을 나섰다. 먼데인의 거리에서 알렉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단 한 곳뿐이었다.

 

알렉은 습관적으로 커다란 문 앞에서 똑똑. 하고 노크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응답은 3년간 그래왔듯 '침묵' 뿐이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 없는 레어에는 어느새 희뿌연 먼지만이 가득했다. 매그너스가 이 상태를 보면 기겁을 할텐데.. 알렉이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차가운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나섰던 임무가 이상한 것을 느낀 것은 불행이었을까 다행이었을까. 갑작스러운 그레이트데몬의 출현을 감지한 클레리의 연락으로 브루클린의 하이월록인 매그너스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해가 심각한 상태였다. 수많은 네피림들이 데몬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그 중에 알렉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렉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매그너스의 마력으로도 완치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그 모습이 이미 한 번 알렉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매그너스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는지 매그너스가 갑자기 폭주하듯 마력을 쏟아내며 데몬을 공격했다고 했다. 뒤늦게 도착한 카타리나가 말리지 않았다면 매그너스 역시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알렉이 사색이 되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알렉! 아직 몸을 움직이면 안돼."

"매그너스는?"

"..."

"이지. 매그너스는 지금 어디 있어? 그를 봐야겠어."

 

간절한 알렉의 말에도 이지는 좀처럼 제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이지 제발.. 거의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알렉의 표정에 이지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먼저 울음을 터트리며 알렉을 끌어안았다. 알렉.. 미안.. 미안해.. 알렉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지의 등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손 역시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지.. 똑바로 얘기해줘. 매그너스 지금.. 어디 있어?"

"없어.. 완전히 사라졌어."

 

사라져..? 알렉이 이지의 등을 끌어안았던 손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알렉이 이지를 밀쳐내고 떨리는 다리를 힘겹게 옮겨 인스티튜트 밖으로 나왔다. '쓰러진 매그너스를 카타리나가 데리고 갔는데 그 이후로 전혀 연락이 안 되서 매그너스의 레어에 가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말도 안 돼. 매그너스가 나를 두고 사라졌을 리가 없어..

 

알렉이 겨우겨우 매그너스의 레어에 도착해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주먹에 피가 맺히도록 두드리고 두드려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알렉의 얼굴에는 어느새 눈물이 한가득 번져있었다.

 

"매그너스!! 매그너..스..!"

 

야옹.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알렉이 고개를 저으며 애써 옛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서재 책장 사이에 앉아있던 고양이가 알렉을 알아본 듯 소리를 내어 인사했다. 매그너스가 없는 지금 이 레어의 주인은 어쩌면 이 아이들일지도.. 알렉이 고양이의 턱을 간질이자 익숙한지 갸르릉거리는 모습에 알렉의 입가에 슬쩍 웃음이 걸렸다. 매그너스가 너희를 참 예뻐했는데.. 어디로 사라진 걸까.

 

매그너스가 사라진 후 알렉은 거의 미친 사람처럼 매그너스를 찾아다녔다. 처음 1년은 인스티튜트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를 찾았고, 다음 1년은 뉴욕에 있는 다운월더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매그너스의 마력 한 톨이라도 느낀 적이 있는지 수소문하고, 마지막 1년은 그렇게나 탐탁치 않아하던 먼데인의 거리에 스며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 매그너스를 찾는 것을 포기했지만 알렉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형. 역시나 여기에 있었네요!"

 

밝고 명랑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언제 왔는지 사이먼이 문 옆에 기대어 알렉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스티튜트에 갔는데 이지가 밖에 나갔다길래 당연히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 생각이 맞았죠! 빠른 걸음으로 알렉의 앞까지 다가온 사이먼이 알렉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지만 고양이는 흠칫 놀라며 재빠르게 도망가 버렸다. 사이먼이 아쉽다는 듯 손을 허리에 올리며 덧붙였다.

 

"뱀파이어가 된 다음부터는 어쩐지 동물들이 절 무서워하더라고요."

 

제 몸에서 동물 피 냄새 많이 나요? 사이먼의 등장에 알렉의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매그너스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몇 안 되는 다운월더였지만 그의 마르지 않는 입담은 알렉에게는 조금 힘겨웠다.

 

"나를 왜 찾았지 뱀파이어?"

"에이. 같이 매그너스를 찾은 지 몇 년짼데 아직도 뱀파이어에요? 저한테는 사이ㅁ.."

"그래. 사이먼. 무슨 일로 날 찾았는지 말해주지 않겠어?"

 

여전히 쌀쌀맞다니까. 사이먼이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는 알렉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파엘이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알렉이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이먼을 내려다보았다. 라파엘은 매그너스가 아들을 삼을 만큼 아끼는 뱀파이어라 알렉 역시 라파엘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 도움을 구했었다. 하지만 냉랭한 표정과 함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난 널 도와주지 않을거야. 섀도우헌터.'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고? 사이먼이 ‘나 잘했죠?’ 하는 표정으로 알렉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가 입을 열었지?"

"그게 다 제 수려한 외모와 엄청난 말발로 이루어낸.."

"사이먼."

"흥.. 라파엘이 3년 동안 한결같은 형의 모습에 감동이라도 했나보죠 뭐."

 

사이먼이 흥미를 잃은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문 쪽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라파엘이 전하라고 했어요. 매그너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면 혼자 호텔 뒤모르로 오라고.

 

 

 

 

 

호텔 뒤모르. 뱀파이어들의 Home sweet home. 이 어두침침한 곳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알렉은 뒷짐을 지고 꼿꼿이 서서 소파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라파엘을 내려다보았다. 이 뱀파이어가 뭐가 그렇게 예쁘다고 아들까지 삼았는지.. 으득. 아직도 그가 이지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는 알렉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선해야할 일이 있으니 참아야했다.

 

"그렇게 싫어하는 뒤모르까지 친히 행차하다니 네피림의 자존심이 많이 추락했네."

"자존심 따위 지금 내겐 소용없는 단어야. 매그너스는 어디에 있지?"

 

직설적인 건 여전하군. 라파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블러디 메리를 한 잔 들고 이죽거리며 알렉에게 권했다. 한잔 어때? 알렉의 표정이 빠르게 구겨졌고 그걸 본 라파엘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매그너스가 잘 하는 거잖아? 알렉은 뒷짐을 지고 있는 양 손을 꽉 쥐었다 놓았다 하며 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자신과 라파엘은 참 안 맞는 것 투성이었다. 매그너스는 두 사람이 잘 지내기를 바랐지만.. 매그너스 미안해요. 당신이 곁에 없는 이 순간에도 그 약속은 지키기가 참 힘드네요.

 

"대답해 라파엘. 그는 어ㄷ.."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말이야.."

 

알렉의 말을 끊은 라파엘이 한참을 뜸을 들이며 블러디 메리를 손에 들고 빙글빙글 돌리더니 결국엔 마시지 않고 잔을 내려놓은 후 알렉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매그너스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만나러 갈건가? 알렉은 라파엘의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금의 고민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래. 만나러 가겠지.“

"어째서?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그가 살아있다면, 난 어떤 것도 다 괜찮아."

"멍청한 건지 미련한 건지.."

 

라파엘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알렉 역시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오랜 시간 찾을 수 없다는 건 어쩌면, 그가 나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알렉은 그만둘 수 없었다. 매그너스 베인. 그는 알렉산더 라이트우드의 모든 것이며 유일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한테 알려주려는 거 아니야?"

"뭐?"

"내가 멍청하고 미련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려는 거잖아."

"그래.. 정답이야."

"그럼 이제 매그너스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

 

 

 

 

 

하.. 라파엘이 알려준 주소는 알렉을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열고 나온 카타리나를 알렉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고? 뉴욕 한복판에? 인스티튜트에서 10km도 떨어지지 않은 이 곳에? 카타리나는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은 표정으로 문을 열어 알렉을 맞이했다.

 

“뉴욕이 참 넓지? 일단 들어와.”

 

카타리나가 응접실 소파에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알렉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인가.. 월록에게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아니었겠지. 조금 마른 듯한 모습에 카타리나가 쓰게 웃으며 커피를 내렸다. 매그너스가 봤으면 불같이 화를 낼 상황인가 지금? 카타리나가 머그잔을 알렉 앞에 내려다 놓고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마셔. 그거 매그너스가 볶은 커피야."

 

카타리나의 입에서 들리는 매그너스라는 이름에 알렉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가.. 정말로 여기에 있구나. 카타리나가 커피를 다 마시고 내려놓을 때까지 알렉은 머그잔을 손에 꼭 쥐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알렉이 떨리는 목소리로 카타리나에게 물었다.

 

"그는.. 건강한가요."

"그래. 건강해."

 

‘먼데인’으로서는 말이지. 카타리나의 말에 알렉이 고개를 들어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입니까 그게. 카타리나가 적당한 말을 고르는 듯 한참을 주저주저하더니 결국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녀의 한숨에 알렉의 심장도 철렁 내려앉았다.

 

"너를 사랑한 다운월더로서의 매그너스는 여기 없어."

"그게 무슨.."

"그 날 이후, 모든 마력과 모든 기억을 잃었어. 지금 매그너스는 그저 '먼데인'이야."

 

엄청난 마력을 쏟아냈던 그 폭주 이후 매그너스는 죽은 듯이 한참을 잠들어 있었다고 했다. 모든 월록이 그의 죽음을 예상했지만 카타리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보름 만에 기적처럼 눈을 떴다고 했다.

 

"그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그 녀석을 꽉 끌어안았지 뭐야. 멍하게 있는 매그너스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는데.. 좀 이상했어. 그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

 

당황한 카타리나가 매그너스와 얼굴을 마주하자 그녀를 전혀 처음 보는 사람 보듯이 바라보았다고 했다. 무려 300년 이상을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도! 카타리나가 그 때가 생각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이어갔다.

 

"날 보더니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라는 거야. 실례지마안? '실례'라는 말을 내가 그 녀석 입에서 들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렇게 마력도 기억도 사라진 먼데인이나 다름없는 그를 카타리나는 다운월더 세계에 계속 둘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 길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매그너스를 데리고 숨어버렸다고 했다. 카타리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알렉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매그너스의 상황을 너에게 말하지 않은 건.. 사실, 내 욕심이었어. 매그너스는 너와 관련된 것이면 가끔.. 월록같지 않은 짓을 해버리거든."

 

이번처럼 말이야. 카타리나가 어깨를 으쓱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그에게 알렉은 아마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은 매그너스를 포기하지 않고 결국 이렇게 찾아왔다. 그렇다면 카타리나도 각오를 해야 했다. 자 그럼 잠자는 숲 속의 월록을 찾으러 가야지, 네피림 왕자님?

 

알렉은 카타리나의 집을 나와 걸음을 옮겼다. 그는 주변에 있는 다른 '먼데인'처럼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내는 건 카타리나와 함께지만 지금은 일을 하러 나갔다며 카타리나는 알렉의 손에 종이 하나를 쥐어주었다. 여기 가면 그가 있을 거야. 알렉이 받아 든 종이에는 '센트럴 파크' 라고 적혀있었다. 먼데인들의 삶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알렉이어도 이 곳은 알았다. 알렉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알렉은 호수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숨을 헐떡였다. 카타리나가 혹시 자신을 놀리려고 이 쪽지를 쥐어준 것은 아닐까..? 이 넓은 곳에서 한 사람을 찾으라니.. 알렉은 자신감 넘치게 시작했던 처음이 생각나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내 손으로 땀을 대충 훑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년이나 찾아다녔는데 3시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잔디가 가득 깔린 공터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먼데인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과 그 햇빛을 여과없이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던 알렉은 문득 매그너스와 이런 피크닉을 함께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쿠웅. 소리가 난 다리 쪽을 내려다보니 자그마한 아이 하나가 알렉의 다리를 꽉 끌어안고 알렉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우와! 진짜 크다!! 나 안아주면 안돼요?"

 

보통 사람들보다 한 뼘이나 더 큰 알렉의 키를 보고 놀랐는지 아이는 손을 높이 벌려 저를 안아달라며 콩콩 뛰었다. 알렉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저만 보면 높이 올려 달라 조르던 어릴 때의 맥스가 떠올라 피식 웃으며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알렉의 눈높이까지 올라온 아이는 연신 우와우와 탄성을 내뱉으며 신기해했다.

 

"매기도 큰데 형은 더더더 커요!!!"

"매기..?"

"네! 엄청 착하구요 예쁘고.."

"해리!!!"

 

해리? 네 이름이 해리야? 해리라 불린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매기!!! 알렉이 해리와 시선을 맞춰 '매기'라 불린 사람을 바라봤다. 아이를 찾으러 뛰어다녔는지 무릎에 손을 대고 한참 숨을 고르던 남자는 이내 진정이 된 듯 몸을 일으켜 알렉을 바라보았다. 알렉은 그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힘이 풀려 해리를 놓칠 뻔했다. 남자는 해리를 넘겨받고는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해리가 귀찮게 하지 않던가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서요."

"...."

"괜찮으신가요? 얼굴이.. 새파란데.."

"매그너스..“

"네. 아..? 제 이름을 어떻게..?"

 

화장기 없는 말간 눈과 수염 없이 깔끔해진 얼굴, 차분히 내린 머리는 그동안 알던 매그너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데도 알렉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함께 밤을 보낸 이후에만 볼 수 있던 화장기 없는 단정한 얼굴.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알렉이 주저앉으며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매그너스.. 매그너스..

 

매그너스는 해리를 간식과 함께 잠시 벤치에 앉혀놓고 아직도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남자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제 얼굴을 보고 새파래져서는 어떻게 안건지 계속 '매그너스' 라며 제 이름을 부르는 남자. 평소였으면 당장에 경찰에 신고라도 했겠지만 매그너스는 어쩐지 이 남자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처연한 표정의 이 사람이 신경쓰였다.

 

"저기.. 괜찮겠어요? 많이 힘든거같은데.."

"아.. 큼.. 흠.. 네.."

 

남자는 자꾸만 목이 메이는지 여러 번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매그너스를 바라보았다. 죄송.. 합니다.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매그너스는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여전히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여전히’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익숙했다. 나는 이 남자를 오늘 처음 보는데.. 남자가 힘겹게 허리를 펴고 일어나 매그너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매그너스는 자연스럽게 그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이름은 알렉산더 라이트우드입니다."

"아, 제 이름은 매그너스 베인입니다. 물론.. 알고계시겠지만요."

 

어떻게 알고 있는건지는 잘 변명하시는 게 좋을거에요. 매그너스가 알렉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기울여 윙크했다. 인스티튜트의 일로 늘 바빴던 알렉이 매그너스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변명을 들어주겠다며 하던 제스처와 똑같았다. 기억을 잃었어도 여전히 그는 매그너스야. 알렉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꼭 변명할 시간을 주시면 좋겠는데요."

"시간이 오래 걸릴까요? 보시다시피 제가 지금 해리를 케어 중이라.."

 

제가 그렇게 안보여도 베이비시터거든요. 매그너스가 싱긋 웃으며 해리가 앉아있는 벤치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해리의 부모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알렉이 아무런 대답 없이 매그너스를 바라만 보고 있자 매그너스가 제 손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 Mr.라이트우드? 조금 아픈데요."

 

알렉은 자신이 어느새 매그너스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염원때문이었을까? 알렉이 놀라며 매그너스의 손목에서 팔을 풀었다. 매그너스가 잡혔던 손목이 꽤 아픈 듯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렉이 고개도 못들고 사과하자 매그너스가 잡혔던 손목을 툭툭 털고는 알렉의 얼굴 앞에서 몇번 흔들어보였다.

 

"괜찮아요. 보세요 아무렇지도 않죠?“

 

알렉이 제 눈 앞에 보이는 매그너스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매그너스. 힘 빠진 목소리로 끊이지 않고 되뇌이는 사과에 매그너스는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오늘 처음 만나는 이 남자의 풀죽은 모습이 왜 이렇게 안쓰럽고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걸까. 제 손목에 맡닿은 알렉의 차가운 손이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날까요?"

"...내일이요?"

"이제 정말로 가야할 시간이거든요. 해리 부모님이 오실 시간이라.."

 

아. 알렉이 아쉬움을 가득 담아 매그너스의 손을 놓아주었다. 매그너스는 어느새 잠이든 해리의 작은 몸을 안아들어 깨지 않도록 토닥였다. 매그너스의 그 모습이 썩 잘 어울려 보였는지 알렉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매그너스가 알렉을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내리며 인사했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Mr.라이트우드."

"알렉산더입니다."

"네..?"

"알렉산더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불렀거든요. 뜻 모를 소리를 하며 생긋 웃는 알렉의 미소가 한 여름의 햇살처럼 매그너스의 마음에 내리쬈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매그너스가 다급히 공원을 빠져나갔고 알렉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매그너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렉은 초조한 걸음걸이로 계속 공원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벤치에 앉았다가 떨리는 다리를 참지 못해 일어나 애꿎은 비둘기를 저 멀리 날려 보내고는 결국 다시 벤치에 앉았다. 매그너스와 약속한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알렉은 도저히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혹시 그가 오지 않으면 어쩌지.. 다시 카타리나에게 찾아가 봐야하나. 손을 입으로 가져가 잘 정돈된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던 알렉의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산더?"

 

알렉이 뒤를 돌아보자 새하얀 목도리를 칭칭 둘러싸 맨 매그너스의 얼굴이 보였다. 알렉이 눈썹에서 힘을 빼고 안심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매그너스. 와줬네요."

"당연하죠. 약속했잖아요. 제가 약속 하나는 꼭 지키거든요."

 

약속. 월록인 매그너스에게도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알렉이 매그너스를 마주보며 그리운 듯 미소지었다. 지금의 매그너스에게서 예전 흔적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알렉은 그의 기억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자신을 만날 때마다 그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알렉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제가 그사람과 많이 닮았나요?"

"네..?"

"나를 보는게 아니라 그 사람을 보고 있잖아요 당신."

 

매그너스는 어제 처음 만난 이 남자의 표정이 왜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이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건지.. 왜 이 남자의 표정이 서글픔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는건지.. 매그너스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바짝 마른 제 입술을 혀로 적시며 풀죽은 알렉의 양볼을 조심히 감싸쥐었다.

 

"아니에요. 매그너스 난.."

"이해해요."

"..매그너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데.. "

 

매그너스가 홀린 듯이 알렉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줄곧 이렇게 하고싶었다. 알렉의 입술을 보며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는 자신이 웃기다고 생각하며 피식 바람빠진 웃음을 흘렸다. 용기를 내어 미동도 없는 그의 볼을 꽉 붙잡고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자 서늘한 공기와는 다른,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그의 혀가 느껴졌다.

 

아무런 반응이 없던 알렉 때문에 중간에 멈춰야 하나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닿는 그와의 키스가 너무 달았다. '오랜만' 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겨를도 없이 이어진 키스는 매그너스의 숨이 다해서야 간신히 끝났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 차가운 숨이 하얗게 올라왔다. 매그너스가 알렉의 볼에서 손을 떼 가쁜 숨을 내쉬며 변명하듯 내뱉었다.

 

"알렉산더. 이건.. 그러니까.."

"한번만 더요."

"네? 무ㅅ.."

 

알렉의 커다란 손이 매그너스의 허리를 잡아 당겨 몸을 맡닿게 하고 다른 한 손은 매그너스의 뒤통수를 잡아 당겨 고개를 틀어 깊게 입 맞췄다. 조심스러웠던 매그너스의 키스와는 달리 알렉의 키스는 마치 맹수의 것과 같았다. 가차없이 입안에 가득 채워지는 알렉의 존재감에 매그너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그를 몰아부치던 알렉은 잘게 떨리는 매그너스의 손이 제 목에 둘러지자 조금 누그러졌다.

 

이 넓은 공간에 오로지 두 사람뿐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귀에 들리는 거라곤 입과 입사이를 오가는 질척이는 소리와 가쁘게 내쉬어지는 숨소리 뿐. 허리에 감았던 손을 들어 매그너스의 턱을 감싸쥐고 살짝 부어오른 매그너스의 입술을 진득하게 혀로 핥아낸 뒤 매그너스의 볼에 한 번, 코에 한 번, 마지막으로 눈썹 위에 있는 점에 한 번 쪼옥 소리가 나도록 입맞춘 알렉의 입술이 아쉬운듯 떨어졌다.

 

매그너스가 꼭 감고있던 눈을 떠 알렉을 바라보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에 다시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매그너스의 어깨를 잡아 살짝 밀어내며 눈을 맞추었다. 멍한 표정으로 알렉을 바라보던 눈에 점점 생기가 도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 매그너스가 알렉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매그너스..?”

"어땠어?"

"네..?"

 

몸을 맞대자 훅 끼쳐오는 샌달우드의 향기에 알렉이 매그너스를 마주 안으며 매그너스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키스 말이야. 한 번 더 하자고 했잖아. 알렉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어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매그너스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묻어있는 것 같이 들렸다. 알렉이 매그너스를 조심스레 마주안으며 입을 열었다.

 

"음.. 어릴 때 이지가 먼데인들의 동화 얘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마녀의 저주에 걸려 잠이든 공주님이 나오는 얘기였죠. 제목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맞아요. 그거요. 거기서 왕자의 키스에 공주가 깨어나거든요."

"흐음~"

"고작 키스 한번으로 당신의 기억이 돌아오길 바란다니.."

 

너무 어리석죠. 알렉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매그너스의 동그란 뒤통수에 쪽쪽 짧은 키스를 남겼다. 알렉의 가슴께에서 풉.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매그너스가 온 몸을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던 매그너스가 알렉의 허리를 감싸던 한 손을 풀어내고는 제 머리를 쓰윽 쓸어넘기며 알렉을 올려다보았다.

 

"믿음이 부족한걸, 내 천사. 네 키스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고 ."

 

어느새 셋팅되어 깔끔하게 넘겨진 머리와 반짝이는 눈화장, 작은 손톱에 어울리는 까만 네일. 알렉은 제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을 꽉 감았다 떴다. 매그너스는 그런 알렉이 귀여워 그가 눈을 감은 사이에 입술에 짧게 입 맞췄다.

 

"흠.. 이 옷은 나랑 어울리지않는걸. 그동안 무슨 옷을 입고다닌거야?"

"매그너스?"

 

매그너스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단정한 무채색의 옷이 스터드 장식이 박힌 가죽자켓과 타이트한 팬츠로 바뀌었고 매그너스의 손에 화려한 반지가 끼워졌다. 흠 이제야 좀 편안하네.

 

"정말.. 기억이 돌아온거에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맞아."

 

완벽하지않다니? 알렉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매그너스를 내려다보았다. 매그너스는 난처한 듯 오른손으로 이마를 긁적이고는 알렉을 벤치로 이끌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할까? 알렉이 벤치에 앉아 매그너스의 손을 꽉 잡았다. 매그너스가 알렉의 손을 토닥이며 손가락을 튕기자 손바닥 위로 파란 불꽃이 만들어졌다 금세 사그러들었다.

 

"난 방금 포탈을 만드려고 했어."

"하지만.."

"실패했지. 마력이 부족해서 그래."

 

너무 오랫동안 쉬기도 했고.. 여기에 부족한 피스가 있거든. 매그너스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쓰게 웃었고 알렉이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요? 내가 당신을 위해 뭘 할 수 있죠? 매그너스가 알렉의 말에도 한참을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매그너스.."

"그 때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아.."

"그 때라면..?"

"폭주.. 했던, 그 때 말이야."

 

아마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그렇고. 매그너스의 손이 살짝 떨리는게 마주잡은 알렉에게까지 느껴졌다. 그에게 부족한 피스가 그 기억인 모양이었다. 알렉은 가슴 속에 불안감이 올라오는 걸 애써 참으며 매그너스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마주댔다.

 

"그 기억이.. 당신에게 힘든 기억이라는 거 잘.. 알아요."

"알렉산더.."

"내가 함께 짊어질게요."

 

함께하게 해줘요. 매그너스. 알렉이 매그너스를 안심시키듯 입술에 입 맞췄다. 기나긴 입맞춤 끝에 매그너스의 떨림이 멈추었고 매그너스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알렉산더. 나는.. 400년을 살아왔고 그 세월에 무한한 오만을 가지고 있었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너를 사랑하게 되고.. 네 영혼이 잠시 떠났던 때 나는..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어. 400년의 세월이 헛된 것 같았지. 다시는 그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그 날.."

 

기억하고 싶지 않던 그 날의 편린을 떠올리자 매그너스의 머리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파왔다. 알렉이 그런 매그너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안아 제 어깨에 기대게 하고 그의 머리에 제 머리를 기댔다. 이런 너를 두고 내가 어떻게.. 매그너스가 알렉의 커다란 손에 제 손을 마주 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 때는 정말 눈앞이 하얘졌어.. 너의 상처에 마력을 쏟아 부었지만 지혈이 되지 않았고 네 몸에서 흐르는 피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지.. 그리고.. 나는.. 폭주하기 시작했어. 내 손에서 나오는 마력인데도.. 전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었지.. 네가 이 세상에 없다면.. 나도 .... 죽어야.. 겠다고.. 생각했ㅇ.. 알렉산더?"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말을 끝낸 매그너스가 얼굴을 들자 이미 온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 된 알렉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매그너스가 알렉의 목을 끌어안고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알렉을 진정시켰다. 버려진 강아지 같은 모습에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기분이 겹쳐 들어와 매그너스는 그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고마워..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알렉산더."

"..이제 절대 안 다칠거에요 나."

"제발 그래줘. 한 번 더 이랬다간 석회화될지도 몰라. "

 

'석회화' 라는 말에 알렉이 고개를 번쩍 들어 매그너스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절대로 안돼요! 나 진짜 안 다쳐요. 내 심장을 걸고 약속해요. 매그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의 양 볼을 감싸 쥐었다. 제 손 때문에 구겨진 얼굴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매그너스가 입을 열었다.

 

"믿을게 알렉산더. 너를, 그리고 나를."

 

알렉이 환하게 웃었고 매그너스가 팔을 당겨 알렉에게 깊게 입 맞췄다. 서로의 입술이 체액으로 반들반들해지고 입과 입 사이에 야한 한숨이 오갈 때 쯤, 매그너스가 손을 뻗어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자 파란 불꽃과 함께 포탈이 생성되었다.

 

"어디로 가고 싶어 My dear?"

"침대요."

 

가쁜 숨을 내뱉으며 다급하게 대답하는 알렉이 귀여워 매그너스가 알렉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등근육을 하나하나 더듬었다. 어느 침대로 가야할까 알렉산더? 매그너스의 손길에 알렉의 몸이 살짝 굳었다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매그너스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고 입술을 물어뜯을 듯이 돌진했다. 커다란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워 점점 포탈 쪽으로 밀리면서 매그너스는 기꺼이 알렉의 리드에 동참했다. 오 내 천사. 내가 이런 거친 섹스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던가?

Fin.

© 2018.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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